주먹야구, 이른바 '짬뽕'이 정식 스포츠가 된다.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가 공식 경기규칙을 가진 스포츠로 거듭나는 것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1일(현지시각) '베이스볼5'라는 이름의 '5대5 길거리야구' 경기 공식규칙을 발표했다. 이는 전용 장비와 큰 경기장 등 야구를 즐기는데 부담이 됐던 요소를 줄이면서 야구를 더 널리 보급하기 위한 시도다.
https://youtu.be/zXIivk4coHc
WBSC에 따르면 베이스볼5 소개 영상은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2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발표된 경기규칙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짬뽕'과 비슷하다. '짬뽕'처럼 고무공을 사용한다. 맨손으로 공을 치고, 던지고 받기 때문에 별다른 장비는 필요 없다. 일정한 너비의 땅만 있으면 된다.
5명이 한 팀을 이루고, 후보 선수 3명씩을 둘 수 있다. 정규이닝은 5회까지이고, 동점으로 끝나면 한 팀이 더 많은 점수를 낼 때까지 연장전을 벌인다.
투수는 없고, 타자가 직접 손으로 공을 친다. 타자는 홈베이스 뒤쪽 가로, 세로 3m 규격의 타자석에서 공을 치는데, 타자가 친 공은 반드시 페어지역 안의 바닥을 한 번 튕겨야 한다.
도시 젊은이들을 겨냥해 만든 스포츠인 만큼 경기장은 작다. 경기장 전체 크기가 가로, 세로 18m씩이다. 야구의 베이스 간 거리가 27.4m인 것을 고려하면 야구장의 내야 안에 베이스볼5 경기장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베이스볼5의 베이스 간 거리는 13m다.
리카르도 프라카리 WBSC 회장은 "베이스볼5 규칙 발표는 글로벌 스포츠이면서 올림픽 종목인 야구와 소프트볼이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다시 정식종목으로 경기를 치른다. WBSC는 2024년 파리 올림픽과 그 이후 올림픽에도 야구와 소프트볼이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길거리 주먹야구의 추억, 표준화된 락앤볼 경기규칙이 마련되다!
생활야구인 여러분은 맨 처음 야구를 어떤 방식으로 접하기 시작했나요?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야구와 매우 흡사하지만 조금은 다른 성격의 공놀이를 해 본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제 경우에는 글러브나 배트 같은 전문 장비 없이 방과 후 동네 친구들과 운동장 한구석이나 골목길에 삼삼오오 모여서 신발주머니에 담아 놓은 고무공이나 테니스공을 가지고 흔히 "짬뽕", "찜뿌"라고 부르던 주먹야구를 짬짬이 즐긴 재미난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른 이 주먹야구가 "락앤볼(Rock&Ball)"이라는 정식 이름을 가지고 경기 규칙을 새롭게 정의한 3대3 길거리 스포츠이자 간편한 공놀이로 운동과 친해지기 힘든 요즘 청소년들을 찾아옵니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세계 146개국 11~17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WHO가 권고한 하루 1시간이라는 최소 운동량에 못 미치는 한국 청소년의 비율은 무려 94%이며 한국 여학생들은 그보다 높은 97.2%로 146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맨 꼴찌를 차지했다는 성적표는 암담합니다. 입시 지옥에 허우적거리면서 신체활동과는 담을 쌓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건강한 신체활동 or 즐거운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국가에 살고 있다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한참 자라나는 성장기 청소년들을 운동장으로 끌어내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쉽고 재미난 운동을 소개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넓은 운동장이나 고가의 야구장비가 필요 없는 맨손 야구
일단 한화 이글스에서 준비한 락앤볼이라고 명명된 이 공놀이 프로젝트는 마치 길거리 농구처럼 3on3, 한 팀의 구성원이 3명으로 이루어진 3인제 스포츠입니다. 정식 야구경기를 즐기기 위해서 팀당 9명의 수비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총 18명의 구성원이 필요했다면 락앤볼은 양팀 단 6명만으로도 정식 경기가 가능한 점에서 사람들을 모으기 힘들어진 개인주의 시대에 좀 더 알맞은 운동이란 생각이 듭니다.
만약 선수 구성의 여유가 있다면 수비수 3명 이외에 지명타자를 2명 두고 양팀 선수는 최대 5명까지 가능합니다. 수비수의 경우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원 구성이나 게임 운영에 상당히 탄력성을 가지는 게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고가의 글러브와 배트 같은 야구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야구와 비슷한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입문용 스포츠랍니다. 남녀 혼성으로 팀을 짜서 팀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체활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건강한 미래를 여는 첫걸음인 셈이죠.
경기장 규격은 농구장 반코트 만한 공간에서 게임이 가능하도록 각 베이스 간의 거리가 9m인 정삼각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루-2루-홈베이스로 연결되어 야구보다 득점하기에 용이한 구조입니다. 야구공보다 조금 물렁한 재질의 전용 고무공(직경 9cm)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상황에 따라 테니스공이나 정구공 혹은 안전구를 이용해 경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락앤볼은 그라운드 상황에 따라 로컬룰의 변형이 가능한 유연성을 가집니다.
경기장의 규격 역시 베이스라인을 3m 더 연장한 외야라인 뒤쪽에 담벼락 같은 지장물을 이용하거나 현장 여건에 맞게 변형이 가능한데 무엇보다 방망이 대신 주먹으로 타격을 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야구경기를 쉽게 대리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 됩니다. 정식 야구장이나 리틀야구장같이 넓은 공간이 필요 없고 유니폼이나 포수 장비와 헬멧 등의 필수 안전장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공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야구를 어려워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거부감 없는 좋은 놀이 소재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기본적인 규칙과 스코어&아웃카운트는 야구와 거의 동일
경기방법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 규칙과 매우 흡사합니다. 투수가 공을 던져주는 대신 타자가 배터박스에서 주먹을 이용해서 타격을 하는데 수비수가 1루에 공을 처리하기 전에 타자주자가 먼저 베이스를 점령하면 안타가 됩니다. 출루에 성공한 주자는 2루베이스를 지나 홈베이스에 들어오면 득점이 인정됩니다. 만약 타자가 친 타구가 바운드되기 전에 수비수가 바로잡거나 타자보다 먼저 1루 베이스에 송구가 되는 경우, 또는 주루플레이를 하는 주자가 베이스에 이탈했을 때 수비수가 태그를 하면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쓰리아웃이 되면 공수를 교대하면서 1이닝을 진행하게 됩니다.
락앤볼의 경우 투수와 포수, 즉 배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의 진행 상황이 무척이나 빠릅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제구력이 필요한 숙련된 투수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도 초심자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줄어듭니다. 수비 측은 내야에 1루수와 2루수 유격수와 같이 베이스맨을 기본으로 하는 포매이션으로 상대 타자가 친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서 아웃카운트를 늘리고 공격 측에서는 쓰리아웃이 되기 전에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이 목표인 점에서 야구경기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3이닝으로 보다 빠르고 쉽게! 짧은 시간에 집중 가능한 락앤볼
락앤볼이 야구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정규이닝을 3이닝으로 제한해서 한 시간 이내에 정식 경기를 모두 끝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3시간 이상씩 걸리는 야구경기를 지루한 스포츠로 여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스피디한 경기 운영을 가능케 하는 락앤볼은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락앤볼만의 로컬룰이 존재하는데 수비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페어 지역을 넘어가는 타구는 파울볼이 아니라 곧바로 아웃 처리가 됩니다, 특히 수비수를 혼란 시킬 목적으로 번트를 댈 수 없게 만든 안전장치인 배터박스 앞 쪽 3m지점에 위치한 내야파울라인 이전에 타구가 떨어지거나 너무 멀리 쳐서 외야라인(12m)을 곧바로 넘어갈 경우 홈런이 아니라 아웃 처리된다는 점이 야구와는 조금 다른 특징이 되겠습니다. 이 밖에도 타자가 타격을 하기 전까지 리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홈으로 향하는 주자보다 더 빠르게 포수라인 쪽으로 송구가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득점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이 락앤볼만의 재미난 경기 규칙입니다.
지난해 세계 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아이템인 "Baseball 5"를 통해 야구를 보다 적은 인원과 최소 장비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5인제 야구의 제도권 진입과 학교 체육의 일환으로 준비된 티볼보다 훨씬 더 심플하게 변형된 프리스타일에 가까운 쉽고 빠른 진행이 가능한 3대3 길거리 야구인 '락앤볼'이 조만간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할 것만 같은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집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청소년의 하루 운동량은 1시간입니다. 주먹야구인 락앤볼을 통해 청소년층의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유도나 이해도를 높여 나아가 생활야구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거창하고 원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신체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놀이는 건강한 대한민국의 전제 조건입니다. 친구들끼리 고무공 하나만 있으면 신나고 재미나게 땀 흘릴 수 있는 놀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락앤볼은 팀워크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나는 프로젝트가 아닐까요?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 혹은 학교 친구들과 주먹야구 한 판 어떠신지요?